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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실상사 도법스님에게 전북을 묻다

2008.01.02 00:06 | Posted by 오마이도그 오마이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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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전북신문


▲ 남원 실상사 도법스님.  
 

스님 도법 하면 '생명평화결사', '탁발순례', '마을 공동체' '등이 먼저 생각난다. 1일 남원 실상사에서 그를 만나 처음 한 시간은 고상하게 그런 것만 물었다. 찬찬히, 또박또박 설명하던 그가 갑자기 먼저 말을 돌렸다.


"그런 것 들으러 눈 속에서 여기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고…"


- 맞습니다. 제주도 출신인 스님은 스스로를 전북 사람으로 생각하진 않으시지요?


"아니지. 나는 전북사람이요. 내가 열여섯 살 때부터 여기서 중 노릇하고 컸는데."


- 그렇다면 전북인을 어찌 생각하십니까? 전북의 단점이 뭡니까?


"전북이 메가리가 좀 없지. 게으릅니다. 농경사회에서 너무 좋은 조건에 살다보니 딴 지역보다 남 핑계 대는 게 많아요. 소풍 이야기 하나 할까요? 전북의 초등학생들은 봄가을로 남고산성에 소풍갑니다. 그러나 가서 뭘 봅니까. 부스러진 돌담, 패배한 역사, 실패한 현장만 보지요. 흘러간 옛 노래, '황성옛터'에 불과하지요. 그러나 그 어린이들이 커서 중, 고 때 타 지역에 수학여행 가면 어떻습니까. 문경새재만 가도 잘 복원된 성터를 보고 득의한 역사를 느낄 수 있습니다. 교육과정에서부터 열등, 피해의식을 확인하며 성장한 인격이 어찌될까요. 문제는 남고산성으로 상징되는 문제를 꼭 전북 출신 대통령이 나와야 해결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 우리가 실질적, 주체적, 자립적으로 남 핑계 대지 않고 노력해야 합니다. 패배주의에 찌들었다, 정치논리 '한 방'으로 풀려고 한다, 이것이 전북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 전북 출신 대통령 후보가 참패했습니다. 도내에선 80%나 얻었는데요…


"전북만 똘똘 뭉쳐 될 일이 아니지요. 외연을 넓혀 전국이, 세계가 전북을 좋아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대한민국 시민사회가 전북을 이해하도록 해야지요. 그것이 진짜 승리입니다."


'생명평화결사'로 요약되는 종교인 도법의 사회 실천을 남들은 이상적, 추상적이라고 평한다. 특히 쟁점지향적인 운동권, 시민단체가 그를 그렇게 본다. 그러나 네 시간 동안 인터뷰한 도법은 현실주의자였다. 일을 잘 추스리고 문제를 직시하고 해법을 내놨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생명평화도 전북의 경쟁력과 관련된다.


"현대의 가치는 경제성, 효율성이지요. 그러나 전라북도는 농도입니다. 농지, 농업, 농촌이 경쟁력입니다. 가치로 보면 경제성 이전의 선행가치입니다. 우주적 가치인 생명과 인간사회의 가치인 평화가 전북의 자산입니다. 21세기 시대정신이 생태, 생명평화에 있다 할 때 전국의 양심과 지성이 그런 점에서 전북을 주목하면 전북은 성공입니다. 한국의 잘난 이들이 모이는 서울을 떠나 어디에서 살고 싶다 할 때 그들이 전북을 떠올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를 위해 그는 이미 10년 전 실상사 주지 재직시 절 땅 10만평을 내어 마을 공동체를 만들었다. 남원시 산내면은 절집이 중심이 된 국내 유일, 최대의 공동체이다. 유기농 생산과 판매를 하는 '한 생명', 전국의 지원자가 몰려 경쟁하는 어린이 대안학교 '작은 학교', 귀농전문학교 등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를 아우르는 메타조직이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이다. 인드라는 불가의 하늘을 주관하는 제석천(제석천), 망은 그물이다.


"세상 우주는 그물처럼 이뤄졌습니다. 제석천의 그물, 하늘나라의 그물이 제가 지향하는 인드라 망입니다. 그물코처럼 상호의존하는 우주법칙에 따라 살자는 것입니다. 얻어 먹으며 돌아다니는 탁발 순례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안 얻어먹으면 살 수 없습니다. 자연으로부터, 별, 달, 구름, 산, 물, 숲으로부터 얻어먹습니다. 그런데 얻어 먹기만 하니까 문제입니다. 끝없이 주고 받아야하는데 얻어먹고, 뺏아먹고 안줍니다. 우주는 먹고 먹히는 것입니다."


-스님은 누구에게 먹히십니까.


"적어도 이 순간 신문사가 나를 먹고, 독자는 내 기사를 통해 신문사를 먹고, 나는 사부대중 독자와 대화하며 가르치며 그들을 먹습니다. 끊임없이 먹고 먹히는 것, 이것이 연기(연기)입니다. 그 밖에 진리는 없습니다. 간디 말씀 대로 신이 진리가 아니라, 진리가 신입니다. 진리를 둘러 싼 연기입니다."


-새해 덕담 한 말씀 부탁합니다.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중요합니다. 편나누기가 몸에 배 제2의 천성이 됐습니다. 갈등 하는 것이 업(업), 습(습)이 됐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대동소이입니다. 한나라당, 통합신당도 대동소이입니다. 공통점을 살리고 키워나갔으면 합니다. 차이점을 어찌 조화롭게 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희망은 진실에 있고, 진실은 대동소이입니다."


설백 사백 천지백(설백 사백 천지백). 도법과 만난 4기간 동안 쏟아진 눈으로 절과 하늘 땅이 온통 하얗게 됐다. 실상사가 위치한 남원-함양 국도 변에 지리산 뱀사골에서 진주 남강으로 흐르는 큰 내가 있고 그것을 잇는 다리가 해탈교다. 고작 20m 짜리 다리 하나를 건너 나는 그날 트럭이 달리는 허상 세계와 도, 법이 있는 실상 세계를 왕래했다. 도법의 동안거처인 실상사 화림원 창밖에선 눈바람이 춤을 췄다. @ 새전북신문


<도법스님은>


속명 홍길진, 1949년 제주도 북제주군 한림읍 출생.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상임대표, 생명평화탁발순례단 단장(2004)


남원 실상사 주지(1995)


출가(1965)


<도법의 농담>


"여긴 할 일 많고 게으른 사람만 오는 곳이요"(안거 수행처인 화림원에 들어서면서)


"나는 요새 유랑잡승이요. 안거보다 순례가 수행이 됐으니"('동안거 잘 하시냐'는 질문에)


"술꾼들 술 생각 나겠네"(인터뷰 도중 눈발이 심해지자)


"신문사 잘 돌아갑니까?"(전북 언론 현실에 대한 뜨끔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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