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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동향 외유마을 김준영-성영 형제의 희망찾기

2008.01.02 00:09 | Posted by 오마이도그 오마이도그


"세상에 단 둘뿐…그래도 포기하지 않아요" 
진안 동향 외유마을 김준영-성영 형제의 희망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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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전북신문


▲ 폭설이 3일째 지속된 31일 진안군 동향면 신동리 외유마을에서 김준형(뒤)-성형 형제가 비료포대로 눈썰매를 타며 즐거워하고 있다.  
 

“힘들어도 이젠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생활할래요.”


31일 진안군 동향면 신송리 외유마을에서 만난 김준영(17)·성영(15) 형제. 슬레이트 지붕 위로 하얀 눈을 한아름 이고 있는 김 군의 집은 마을 뒷산 언저리에 자리해 있었다. 마루 끝으로는 알루미늄 새시가 치마처럼 둘러져 있었지만 창호지를 바른 문 틈으로 황소바람이 안방까지 따라 들어왔다.


늦잠을 청한 형 준영이는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극적이며 시야를 어디에 둘지 몰라 난감해한다. 동생 성영이는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자라처럼 머리만 쑥 내민 채 밥상 위에 얹어놓은 컴퓨터 게임에 몰두해 있다. 겨울방학이 끝나면 어엿한 고교생이 될 터이지만 아직까지는 중학생으로 남고 싶은 모양이다.


준영이 형제는 외진 산골마을에서 단 둘이 낡은 집을 지키며 생활하는 소년소녀가장이다. 자신들의 생활이 왜 이렇게 됐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다만, 어렸을 때부터 부산에서 부모님과 떨어져 할머니에 의지해 생활해왔고, 준영이가 초등학교 3학년 진학을 앞둘 무렵 빚쟁이들이 집으로 몰려와 난장판이 벌어졌다는 기억만 남아 있을 뿐이다.


외삼촌 식구들을 따라 멀리 이곳까지 찾아 의지해왔지만, 이젠 이들마저도 곁에 없다. 피붙이같이 지내온 외숙모는 5년 전 여름 뜻하지 않은 오토바이 사고로 돌아가셨고, 지난해에는 외삼촌마저 짐을 챙겨 떠나셨기 때문이다.


“추수조차 마치지 않은 몇 필지의 전답을 모두 처분한 뒤 부랴부랴 부산으로 향한 것을 보면 꽤 급한 일이 있으셨나 봐요….”


준영이 형제는 자신들의 이러한 생활을 탓하거나 가족을 원망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정부가 매달 지원하는 보조금으로 쌀과 부식을 마련하고, 학교를 오가는 버스비와 공과금 등을 충당하지만 부족할 때는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얘기다. 요즘 같은 방학 때면 여성자활센터 등 후견기관에서 지원하는 라면과 밑반찬이 있어 고마울 따름이다.


“힘든 것은 없어요. 현실에 만족할 뿐이어요. 과거에 집착한다고 해서 다시 올 것은 아니잖아요?”


가족이 그리울 때면 뒷산에 올라 고함친다. 어디에서 어떻게 생활하실 모를 부모님의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응어리가 풀리지 않을 땐 눈을 감고 억지 참을 청한다. 이러던 사이 어느덧 이 두 형제는 의젓한 청소년이 됐다.


이들 형제는 우애 좋고 예의 바르기로 소문나 있었다. 마을이라고 해봐야 곳곳이 빈집이어서 몇 세대 안돼 보이는 곳이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철마다 배추·상추나 호박, 감자 등을 나눠준다. 물론 삼촌에게서 배운 농삿일로 농번기 때면 마을 일손을 썩 잘 거들었던 대가인 셈이기도 하다.


며칠 먹을 밥을 번갈아가며 지어야 하고, 늦잠을 자 지각이라도 할라치면 다투기 십상이지만 서로 의지하며 굳건히 생활하고 있다.


준영이는 3학년 2학기를 남겨둔 채 돌연 학교를 그만둔 것을 가장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이른 아침 버스 시간이 맞질 않아 먼 길을 홀로 걷다 보면 지각하기 일쑤여서 포기한 일이지만, 내년엔 아르바이트 일자리라도 찾아 반드시 검정고시로 승부수를 띄울 각오다.


성영이는 새해에 형의 뒤를 따라 진안공고 전자과에 입학한다. 사극을 좋아해 국사교사가 되고 싶었고, 불의에 맞서 싸우는 멋진 경찰관도 되고 싶었지만 취직을 염두해 진로를 변경한 것이다. 형은 동생이 자신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나름대로 뒷바라지할 계획이다.


이들 형제는 “둘만 생활하는 게 친구들에게 조금 신경 쓰이지만 새해에는 이에 굴하지 않고 당찬 생활을 꾸려갈 것”이라며 “지금은 힘들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참고 이겨내 주위의 관심과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새해 포부를 밝혔다. @ 새전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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