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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데리고 오세요. 죽여버리면 되니까"

2008.01.06 07:47 | Posted by 오마이도그 오마이도그


책임지지 못할 바에야 키우지를 말라

 
겨울이 되어서... 날씨가 추워서 병원은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오전중에는 해외여행이라서 병원에 맞겨진 개의 보호자가 전화와서


"우리 애기 엄마 보고싶다고 울고 있지는 않는가요? 걱정되어서 맘이 무겁네요"라는 전화도 왔다.


그래도 몇몇 있는 진료를 보고 있는데 왠 남성 두분이 박스를 들고 뛰어 들어온다.


"새끼 개가 다른 개한테 물린것 같아요"


직감으로는 공장에서 키워지고 있는 개라고 생각되었다.


이제 갖 3~4개월정도 되어 보이는 잡종 자견이었다.


확인해 보니 뒷다리 발가락 지골이 외부로 노출되어 있고 부러져 있으며 관절도 완전히 어긋나 있는 상태...


최악이다...


x-ray를 찍어보니 지골은 완전히 부러져 있었으며 한쪽 대퇴골두목이 부러져 있었으며 같은쪽 경골과 비골이 부러져 있었다.


상처 깊숙히 흙이며 이물들로 오염이 되었고, 배속에는 많은 변들이 차 있었고 그 영상은 딱 닭뼈 모양을 띄는 것들이 위에 가득 있었다..


쉽게 말해서 막 키워지고 막자란 녀석이 막 다친 것이다.


다른 개에 물린것 보다는 교통사고에 가까워 보인다.


절대적으로 수술이 필요한 상태...


데리고 온 사람들은 실제 보호자는 아니고 보호자의 집 앞쪽에 있는 공장 직원들이었던 것...


필요한 검사들과 필요한 수술들에 대해서 설명하니 주인이라는 사람에게 돌아오는 말은 한마디더라...


"그냥 데리고 오세요, 죽여버리면 되니까"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 한 것은 아니고 강아지를 데리고 온 두 아저씨에게 전화로 한 이야기다.


아저씨들 얼굴은 붉히며 혀를 차시더라...


"아무리 개라지만 사람의 탈을 쓰고 같은 말이래도 그렇게 이야기 하는게 아닌데..."


최소한의 처치를 이야기 하지도... (물론 싫어 하는 것이지만) 치료비에 대해서 합의 볼 생각도 없이 죽여버리겠단다...


"안락사 시켜주세요" 또는 하다 못해 "안락사 시키겠습니다.(물론 수의사가 아닌 자가 안락사를 마음대로 시키는 것도 문제다. 과연 안락할까?)"라는 말이 아니라,


"죽여버리겠다" 였다.


죽어가며 신음하는 동물을 고통받고 있는 한 생명으로 보기는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개를 식용으로도 키우는 우리나라에서 어쩌면 그 죽여버리겠다는 주인은 양이 적어 아쉽지만 야들야들한 새끼 개고기에 침이 넘어갔을 지도 모른다.


올해... 이제 몇주 남지 않은 개정 동물보호법 시행이 있지만...


아직도 우리에겐 생명에 대한 경시 풍조가 지속되고 있고... 내가 수의사를 그만둘 시기까지도 고쳐지기는 힘들 듯 하다...ㅡ.ㅡ;;;


휴~


ps. 혹자는 내게 어차피 죽인다고 하니 ... 치료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으니 인도적으로 안락사 해서 보내면 어떻냐고 물어본다...(당장 우리 병원 매니저도 그러하니...)


하지만 나는 겁많은 수의사다...


행여 그 주인이라는 사람이 "집에 데리고 오면 아는 병원에 가서 치료할려고 했는데 죽여버렸다." 또는 "(우리나라는 자가진료가 합법이다보니) 내가 치료하면 백번도 살리는데 병원에서 죽여버렸다."라고 주장하며 소송이라도 걸게 되면...


매우 극단적인 일이겠지만... 우리나라에는 상당히 많다...


그래서 난 겁많은 수의사다... @ YH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