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글 보관함

동물을 안락사로 구호하나

2008. 1. 11. 18:57 | Posted by 오마이도그 오마이도그


지자체 위탁받아 마리당 10만원 받고 ‘수거’하는 동구협, 1월 말부턴 열흘만 지나면 안락사


1월3일 오후 경기도 양주군 (사)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이하 동구협). 버려진 동물들이 수용된 계류장의 문을 열자마자 100여 마리의 개들이 일제히 짖어댔다. 곧은 자세로 당당하게 짖고 있는 알래스카 맬러뮤트의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늑대를 닮은 개로 2002~2004년 비슷하게 생긴 시베리아 허스키와 함께 ‘애완견’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린 종이다. 계류장의 이 개는 지난해 12월6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근처에서 발견됐다. 질병이나 외상 하나 없었다. 당장 알래스카로 보내진다고 해도 사람이 탄 커다란 썰매를 무리 없이 끌 몸이었다. 하지만 사흘 뒤면 이 개는 안락사당할 처지다. 동구협에 들어온 지 30일이 다 돼가지만 주인이나 입양을 원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행 따라 샀다가 버린 것 같아요. 30일 안에 주인이나 입양 희망자가 안 나타나면 저렇게 건강한 놈들도 모두 안락사시켜야 해요.” 동구협 관계자의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한겨레21


△ 유기견이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사)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동물보호법 개정돼 수용 기간 3분의 1로 줄어


해마다 서울에서만 1만5천 마리 이상의 키우던 동물이 버려져 동물보호소로 들어간다. 이 중 원래 주인이 찾아가거나 다른 곳으로 입양되는 비율은 20%가 채 안 된다. 80% 정도는 동물보호소에서 안락사를 당하거나 질병으로 죽는다. 길거리에서 굶어 죽거나 차에 치일 위험도 높지만 운 좋게 보호소까지 온다 해도 대부분이 한 달이 지나면 안락사를 당한다. 동물보호법상 보호시설에 수용된 뒤 30일이 지나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 소유권은 시·군·자치구에 귀속되어 ‘처리’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오는 1월27일 이후에는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적용된다. 개정 법률 아래에서는 30일의 수용 기간이 10일로 준다. 바꿔 말하면, 이제는 보호소로 들어온 ‘주인 없는 동물’은 열흘 뒤면 안락사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동구협은 2007년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 강남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23개 구와 의정부·양주·구리 등 경기도 3개 시와 계약을 맺고 유기동물의 구호와 관리를 담당해왔다. 지난해 12월31일 계약이 종료됐지만 바뀐 동물보호법 때문에 1월27일까지 계약이 연장된 상황이다. 현재 동구협은 각 지자체와 재협상을 진행 중이다. 하루 평균 이곳에 들어오는 유기동물은 50~100마리 정도. 날이 더운 여름철에 특히 많이 들어온다. 동구협은 유기동물 관리를 위해 구청에서 1마리당 1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이 지원금의 50%는 서울시청이, 나머지 50%는 각 구청이 부담한다.


지난해 12월 한 ‘동물애호가’가 동물카페에 동구협에 관한 글과 사진을 올리며 온라인상에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다. 이 동물애호가는 동구협에 봉사활동을 다녀온 뒤 시설의 청결상태와 관리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불결한 약품통과 곰팡이 슨 매트 등도 증거사진으로 제시했다. 이에 동구협은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뭘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라는 요지의 반박글을 올리면서 동물애호가들과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전쟁’을 벌였다.


1천여 마리에 수의사 2명, 자연폐사율 30%


실제 동구협은 유기동물 관리에 한계가 있어 보였다. 동구협에 근무하는 직원은 모두 33명. 이 중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구조팀은 7명이다. 이 7명이 서울 23개 구와 경기 3개 시의 유기동물 구조를 담당한다. 평균 1천여 마리(겨울철)에서 1500여 마리(여름철)의 동물이 ‘수용’돼 있으나, 담당 수의사는 2명뿐이다. 턱없이 부족하다.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이처럼 인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유기동물을 적극적으로 구호하기 어렵다”며 “단순한 ‘수거’ 형식으로만 운영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동구협으로 들어오는 동물의 자연 폐사율이 30%에 달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구호 시기를 놓친 동물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많은 지자체는 유기동물을 동구협으로 보내는 방법을 선호한다. 지자체가 직접 관리하는 것보다는 그나마 시설이 갖춰진 동구협에 위탁하는 것이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박용춘 서울시청 농수산유통과 주임은 “대규모 보호시설을 갖춘 곳이 많지 않아 많은 지자체가 동구협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스스로 보호시설을 마련할 수는 없을까? 박 주임은 “재정과 부지 마련에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유기동물이 동구협 한 곳에 집중되다 보니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안락사의 남발이다.


동구협의 유기동물 안락사 비율은 50%가 넘는다. 동구협에서 유기동물의 주인이나 입양 희망자를 찾기 위해 하는 일은 동물의 사진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는 일이 전부다. 그 결과 입양률과 원주인이 찾아가는 비율은 각각 10%에도 못 미친다. 자연사하는 30%를 제외하면 모두 안락사 대상이다. 임성규 동구협 홍보과장은 “일손이 달려 (적극적인 입양 조치 등) 다른 일은 하기 어렵다”면서 “입양률이 높으면 다시 유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차라리 안락사를 시키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한겨레21


△ 동구협의 정문. ‘수거’된 유기견들은 이 문 안으로 들어가 30일이 지나면 안락사를 당해왔다.


인터넷에서 유기동물 입양 운동을 하고 있는 임유정(27)씨는 “병에 걸려 고통받는 동물들이 안락사당하는 것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라며 “동구협 하나로만 일이 몰리다 보니 다른 곳에 있었으면 입양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동물들이 그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김상윤 강남25시동물병원장은 “법령에서 정한 30일 기한은 단지 의무보호 기간”이라며 “그것이 지났다고 해서 무조건 안락사를 시키라는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관내 동물병원에 맡겨보니 입양률 늘어


서울 용산구는 2007년 구민들이 동구협의 높은 안락사 문제에 대해 구청에 집단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그 결과 유기동물 위탁관리를 기존의 동구협이 아닌 관내 18개 동물병원에 맡겼다. 이에 따라 지난해 용산구의 유기동물 안락사 비율은 10%에 그쳤다. 모두 674건의 유기동물 처리 과정에서 주인이 찾아간 비율은 12%였고, 입양률도 61%를 기록했다. 자연사한 동물은 15%였다.


동구협 관계자는 “일본과 영국도 안락사 비율이 50%가 넘는다”며 “동구협의 안락사율은 선진국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물애호가들은 “동물 안락사 제도가 일찍이 도입된 외국과의 단순 비교는 무리”라며 “더 중요한 것은 유기동물 관리체계와 감독체계”라고 반박한다. 동구협의 ‘접근성’도 문제로 꼽힌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높은 안락사율뿐만 아니라 거리가 멀어 입양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조건인 건 인정한다”면서 “하지만 동구협이 장비나 기동성, 대규모 시설을 갖춘 곳이라 관리를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동구협은 서울 도심에서 차량으로 2시간 이상 걸린다. 양주시 외곽이라 대중교통편도 용이하지 않다.


‘마리당 10만원’ 식의 지원금 체계가 안락사를 무분별하게 남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가 각 자치구에 유기동물 처리를 위해 보조금을 지원한 것은 2001년부터다. 그 이전에는 자치구별로 유기동물 단속을 실시했지만 잘 시행이 되지 않아 시가 직접 나선 것이다. 서울시는 2007년 한 해 각 구청에 유기동물 관리 명목으로 8억8700만원을 지원했다. 지난 3년간 지원액의 평균액에 해당한다. 7년 동안 지원한 금액은 모두 50억원이 넘는다. 기존의 동물보호소를 보강하고, 각 지역 동물병원과 연계하는 시스템을 갖추기에 충분한 액수다. 하지만 이 돈은 동구협 한 곳에 ‘급한 불 끄는 식’으로 집중됐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손쉬운 방법’만 택한 결과다.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서울 강남구는 2007년 공개입찰을 통해 동구협이 아닌 관내 동물병원에 유기동물 위탁관리를 맡겼다. 이종혁 강남구청 지역경제과 주사는 “먼 동구협보다 관내 동물병원이 위탁관리를 하게 되면 유기동물을 즉시 구조할 수 있고 잃어버린 주인도 쉽게 찾을 수 있다”며 “지역민들에게 입양 홍보도 활발하게 할 수 있어 안락사 비율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용산구의 입양률이 높았던 것도 관내 위탁 동물병원에 입양에 관심 있는 지역구민들이 쉽게 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종화 용산구청 지역경제과 계장은 “유기동물의 입양이 5배 정도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죽이는’ 예산을 ‘함께 사는’ 데 쓴다면


우리나라에서 개,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1천만 명으로 추정된다.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다. ‘사람 먹을 것도 없는데 동물은 무슨…’이라는 비아냥은 이제 거의 듣기 힘들다. 이미 반려동물은 도시민의 삶의 일부가 됐다. 그래서 가까이 두고 즐긴다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간다는 ‘반려동물’로 부른 지 오래다. 기르던 동물을 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제는 우리의 공동체가 ‘반려 시대’에 걸맞은 공존의 지혜를 갖추고 있느냐다.

“개인이 키울 수 없는 동물은 각 지자체가 나서서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지금처럼 동물을 잡아서 죽이는 데 쓰는 예산을 새로운 주인을 찾는 데 쓴다면 동물을 마구 잡아 죽이는 일은 없을 거예요.”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의 말이다. 공존의 길은 의외로 그리 멀지 않다. @ 한겨레21 2008.1.11(금) 제693호


군포시 유기견은 다르다?
지자체와 동물병원, 동물애호단체가 ‘유기견과 시민 잇기’ 협력해


경기 군포시에서는 지난해 7월 이후 유기동물 안락사가 단 한 건에 그쳤다. 이마저도 폐렴을 앓고 있던 개의 고통을 없애주기 위해 시술된 것이었다. 7월 이전 안락사 비율은 50%.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 중심에 군포시청과 유기동물 구호·관리를 위탁받은 금정동물병원, 그리고 ‘유기견에게 사랑을 주세요’라는 이름의 단체가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한겨레21


△ 2007년 12월26일 군포시 재궁파출소에서 발견한 유기견. 아래턱이 위턱보다 약간 긴 여섯 살 암컷이다.


유기견에게 사랑을 주세요’ 운영자인 임유정(27)씨는 지난해 4월 우연히 인터넷에서 한 편의 글을 읽었다. 주인에게 버려지는 동물이 보호소에서 30일이 지난 뒤 안락사를 당한다는 내용이었다. 곧바로 군포시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안락사를 하루 앞둔 7개월 된 강아지가 있었다. 가여운 생각에 시청으로 찾아가 입양 절차를 밟고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왔다. 그것으로 끝인 줄 알았다. 그러나 주변에서 버려진 동물들이 안락사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계속 마음이 쓰였다. 지난해 6월 마음 맞는 사람 4명이 모여 활동을 시작했다. 한 마리라도 더 살리기 위해 주인 잃은 동물의 전단지를 돌리고 입양을 희망하는 이들을 찾아나섰다. 2007년 7월1일 인터넷 카페를 만들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카페에 군포시에서 버려진 동물의 사진을 하나둘 올리자,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들도 하나둘 늘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입양된 뒤 그 동물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청 담당자와 금정동물병원 수의사를 찾아가 좀더 체계적으로 소개·관리할 방안을 구했다. 임씨의 호소에 시청과 동물병원 사람들은 마음을 열었다. 시청을 통해 입양한 사람에게서 동물의 근황을 정기적으로 남기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임씨의 카페에는 ‘입양 후 근황’ 코너가 있다. 동물병원에서는 보호 기간이 지나도 안락사를 시키지 않고 입양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입양 희망자와 임시 보호 자원봉사자가 늘면서 안락사율은 떨어지고 입양률은 높아졌다. 지자체와 동물병원, 동물애호단체의 협력으로 군포시의 유기동물들은 안락사의 공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임씨는 안락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질병으로 고통 속에 살고 있는 동물에게는 안락사가 필요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주인에게 버려진 것도 맘 아픈데 동물을 키우고 싶어하는 사람을 못 만나 사람 손에 죽어야 하는 동물이 가엽지 않나요?” 그는 “동물과 사람 사이의 끈을 이어주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