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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에 반해 4년..."그녀석들 매력 있어요"

2008.09.25 04:48 | Posted by 오마이도그 오마이도그
2007년 02월 22일 (목) 11:12:00 북데일리 pi@pimedia.co.kr

[동행취재] 길고양이 사진에세이 펴낸 고경원 씨


[북데일리] 이 여자, 특이하다. 남들은 피하기 바쁜 길고양이들을 4년 6개월간 카메라에 담아왔다. 매번 200여장을 찍지만 마음에 드는 사진은 채 10장을 건지기 힘들다. 그럼에도 촬영을 멈추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 마주칠 지 모른다는 ‘기대’에 무거운 카메라를 늘 짊어지고 다닌다. 휴일엔 아예 사료를 챙겨 집을 나선다. 그리고 만나는 고양이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준다.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갤리온. 2007)를 펴낸 고경원(31) 씨의 이야기다. 책은 그녀가 촬영한 길고양이 사진과 이에 얽힌 사연으로 채워져 있다.


발소리만 들려도 달아날 채비부터 하는 녀석들이 고 씨의 사진 속에선 한없이 얌전하다. 때론 그럴싸한 포즈까지 취하고 있다. 소설가 김중혁이 추천사에서 "(그녀에게) 나와라, 자동만능슈퍼순간포착카메라 같은 게 있는 것은 아닐까"라며 놀라움을 표했을 정도다.


정말 그녀에게 요술카메라라도 있는 걸까. 비밀을 캐내고자 길고양이 촬영에 동행을 자청했다. 지난 일요일 안국동에서 종각까지 골목골목을 그녀와 함께 누비고 다녔다. 짧고도 험난했던 현장을 생중계한다.


pm 05:00 안국동 아름다운 가게 앞


고 씨는 현재 (주)좋은생각사람들에서 어린이 잡지 창간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길고양이 사진을 찍기 시작한 때에는 신간 및 전시회 리뷰를 담당하고 있었다. 안국동과 종각은 취재 차 수시로 오가던 장소들이다. 때문에 그 근방에서 찍은 길고양이 사진이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그녀는 안국동 고양이들에게 애착을 느낀다고 한다. 처음 서울로 올라와서 7년간 살았던 동네이기 때문이다.


추운 날씨 탓인지 인적조차 드문 골목길, 십 여분을 서성이자 드디어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고 씨는 바로 `전투`태세에 돌입. 일단 고양이를 유인할 소세지를 구입하기 위해 근처 가게로 뛰어들어갔다. 하지만 고양이는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차 밑을 살피고, 구석구석 샅샅이 훑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사실 아름다운 가게 앞에 조명이 설치된 후부터 길고양이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밝은 조명을 싫어하는 습성 탓이다. 고양이도 엄연히 ‘주민’이건만 사람들 위주의 환경 조성이 그녀는 안타깝기만 하다. 아쉬움에 30여 분 가량 근처를 맴돌다가 장소를 종각 밀레니엄 타워로 옮겼다.


“고양이는 저를 기다려주지 않아요.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것, 우연에 기댄다는 게 길고양이 사진 찍기의 매력이죠.”


pm 05:40 종각 밀레니엄 타워 뒤편 화단


밀레니엄 타워는 고 씨가 길고양이 사진을 찍는 계기를 마련해준 곳이다. 2002년 7월, 근처 화단에서 만난 삼색고양이는 여느 길고양이와는 달랐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었던 것.


그녀는 “당당한 자태, 사심없이 맑은 눈빛, 넉살 좋고 붙임성 있는 태도까지 길고양이의 매력을 두루 지닌 녀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다른 고양이는 고등어 고양이, 젖소 고양이처럼 털 색깔로 구분해 불렀어도 이 고양이만큼은 꼭 ‘행운의 삼색 고양이’라 칭했단다.


이후엔 흰 고양이, 카오스무늬 고양이 등 새로운 식구들도 맞이했다. 밀레니엄 타워 근처에 길고양이가 유독 많은 이유는 제법 숲 느낌이 나도록 꾸며놓은 화단 덕이라고 한다. 손님들이 남기고 간 음식를 화단 너머로 던져 주는 식당 아주머니의 인심도 한 몫을 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고양이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난데없이 뜀박질이 시작됐다. 화단을 오르내리고 좁은 풀숲을 헤쳐나갔다. 고 씨는 수 차례 단련된 덕인지 몸놀림이 고양이 못지 않았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영광의 상처`가 있었다. 무릎에 멍이 드는 건 다반사. 때론 옷이 찢어지기도 했다. 덕분에 정장은 그림의 떡이요, 늘 청바지 신세다. 이른바 작업복이다.


이 날 만난 고양이는 두 마리가 전부였다. 하지만 이 정도면 꽤 큰 수확이란다. 사진 한 장 건지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먼저 서로 신뢰를 쌓는 과정이 필요해요. 저는 ‘고양이들이 나를 피하지 않고, 함께 재미있게 놀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요. 어떤 날은 30분이고 1시간이고 안정거리를 두고 바라만 봐요. 시간이 길어지면 고양이가 경계를 풀죠. 그 때야 비로소 사진을 찍기 시작해요.”


pm 06:30 어느 식당


고 씨가 단순히 취미 삼아 길고양이 사진을 찍고 다니는 건 아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살아있는,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알리고 싶단다.


“길고양이하면 어둡고, 음침하고, 쓰레기통이나 뒤지고... 도시의 불청객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제가 봐왔던 길고양이들은 그렇지 않았어요. 도시를 터전으로 삼아서 역동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이죠. 해충 박멸하듯 없애도 된다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봐요.”


길고양이로 인한 문제에도 해결책이 있다. 먼저 그들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건 배가 고프기 때문이다. 먹을 음식만 마련해준다면 해결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 목동아파트 단지에서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사료를 구입해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예전보다 깨끗한 환경이 유지된다고 한다.


개체 수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방법도 있다. 중성화수술을 시행해 가임기 길고양이의 생식능력을 없애고, 새끼 고양이들의 입양을 주선하는 것. 이를 일컬어 ‘TNR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인터뷰 내내 고 씨는 “길고양이는 우리와 공존하는 생명체”라고 강조했다.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는 그들을 대신한 항변인 셈이다. 그녀는 길고양이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세상을 꿈꾼다.


“일본이나 그리스는 길고양이와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나라에요. 특히 일본은 길고양이 협회도 있고, 거리에는 고양이들이 편안한 모습으로 널브러져있죠. 세계의 길고양이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다양한 표정과 생활을 포착하고 싶어요.”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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