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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훌륭한 수의사가 되어야 하는 이유

2007.12.10 01:24 | Posted by 오마이도그 오마이도그


나는 훌륭한 수의사가 되어야 한다... 나는 명의가 되어야 한다...


군대갔을때 일이었다.


변변치 않는 성적에 대학에 들어왔고.. 딱이 뭘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던 나였기에 생각좀 하려고 군대를 갔었다. 군대 있는동안 매 했던 생각은 다시금 수능을 볼까 하는생각...어떻게 하면 집에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었다...


그러던 상병 시절 즈음...


난 소초 식당에서 수첩에 이러저러한 낙서를 하고 있었는데 전화가 왔었다...


"빼호!! 니 빨리 방범초소로 팅겨온나"


내 선임병의 말이었다...


군대있을때 난 빼호라고 불리워졌다. 그냥 성에 강세를 두는게 이상하리만치 전해내려오는 풍습이었으니까...방범초소는 민간구역인데 지금 닥터갱이던가? 드라마에 나오는 병원 바로 앞이다...


난 무슨일인가 허겁지겁 달려갔고... 고참이 나를 찾은 이유는 고양이 때문이었다...


초소앞에는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고양이가 누워있었다...


이녀석은....


난 한참을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나의 이등병 일병시절...


짬밥이 없던 관계로 매일처럼 잔반을 버리러 다니던 때에... 그 잔반을 얻어 먹으려고 주위를 맴돌던 그 도둑고양이었다...


대충 5마리였지만 이녀석만은 내곁에 아주 ... 도둑고양이로는 놀라울정도로 가까히 다가왔던 녀석이었다...잔반속에 고기 찌꺼기라도 모아서 손으로 먹여주고 했었던 그 녀석이 그때 내 눈앞에 누워있던 것이었다...


입가에는 침으로 지저분했고... 항문과 외음부(암컷이었으니까...)도 점액과 변 등으로 지저분했다...


그러면서도 살고자 버둥거리며 간혹 경련도 했었다...


어떻게 하지...어떻게 하지...


뭘까라는 궁금증이 생기기에는 내가 알고 있는 바가 너무 작았었고... 그렇다 해도 뾰족한 수가 있었던것도 아니었다...


고참은 내가 수의학과이니까 뭐라도 알겠거니 하고 나를 부른 것이었지만... 예과 1학년만 마치고 훌쩍 군대온 내가 무엇을 알고 또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겠는가...


고양이 이야기는 소대장 귀에까지 순식간에 들어가게 되었고...


소대장 또한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 눈치였다...하지만 속수무책인 내게 무슨 결론이 있겠는가...


내가 반 기르 듯했던 그 고양이는...


반만신창이인 상태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고... 뭔가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은 이말 밖에 없었다...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어떻게라도 해보라고 닥달거렸고...


소대장은 어떻게 되었건 사람한테 병이라도 옮으면 문제 되니 빨리 치워버리라고 했다...


소대장에게 말했다...


"제가 예과1년밖에 못다녀서 아는 것도 없는데다...동물병원에 데리고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 고통 더 심하게 느끼기 전에... 빨리 보내주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소대장과 소초 사람들 모두 씁슬해 했으나 그러라고 했다...


처절한 마음으로 삽을 들고 ... 고양이를 부식박스에 담고...구안가로 갔다...구안가는 출입금지구역인 넓은 공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땅을 팠다...


손이 떨려왔다...


그래도 계속 팠다...


파는 동안에도 녀석은 작은 경련을 하면서도 단 한번도 소리내어 울지 않았다...한번만 울어 줬으면...


땅을 파는 동안 어떻게 파졌는지 기억도 안난다...계속 먹을 것을 주던 그때의 그 상황들만 머리속에 맴돌았으니까...


정신을 차려보니 필요이상으로 깊게 파버렸으나...녀석을 조심히 넣고...


산채로 매장해 버렸다...


내게 그 방법밖에 없었다...


말도안되는 말이지만... 그때 당시 내게 선택권이 있던 안락(?)한 죽이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으니...


무덤을 만들어주고...


주변의 막대기와 노끈으로 십자가를 만들어 주었다...


그 옆에 앉아...담배를 피웠다...


한대...두대...세대...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절반정도 담배를 다 피워버렸다...떨리는 손으로...


이건 아닌데...이건 아닌데...


미안하다...미안하다...정말 미안하다...


이 생각만을 반복반복해야만 했다...


자리를 일어서야 할때즈음...


그 무덤자리 앞에 무릎꿇고 녀석에게 그런 약속을 했다...


"훌륭한 수의사가 될게...그래서 꼭 널 이런 식으로 보낼 수 밖에 없던 내가 세상에 없게 할게...미안하다...미안하다..."


그런 약속을 한지...이제 6년째인가...


이제 수의사가 되기 위한 마지막 학년을 다니고 있는나에게...


또다시...


녀석에게 한 약속을 내 머리속에...내 가슴속에 비수처럼 꽂고 휘젓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행해본 집도...


아침에 가보니 주검이 되어 있었다...


나의 무능함 때문인가...


주위사람들은 아니라고 이야기 하지만...


아무런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그때 그 냥이가...


냥이 무덤 앞에 꽂아줬던 십자가가 생각날뿐....


나는 훌륭한 수의사가 되어야 한다...


지금의 나를 세상에 다시는 없는 나로 만들기 위해...


그리하여 그렇게 허무하게 보내버린 녀석들 또한 세상에 없게 하기 위해... @ YH story


Comment

  1. 여기다가 선비 트랙밸 걸게요~

    아흑...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산채로...;;

  2. 안타깝지만 어쩌겠어요...진퇴양난상황인데 군환경상 산매장할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을 듯 해요...불쌍하지만 길게 고통받을 고양이의 생명을 짧게 줄여주는 것도 고양이로선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죠..머...^^;;

    선비 트랙백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선비소식 전달해주세요!! 꾸벅!!^^